일상에서 '알고리즘'으로 통하는 것은 사실 복잡한 머신러닝 기반 추천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알고리즘은 김치찌개 레시피처럼 단계와 결과가 명확히 정해진 절차이지만, 추천 시스템은 당신의 행동을 학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측 엔진을 말한다. 이는 편리하지만 필터 버블과 편향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추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RSS처럼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법도 병행하여 정보 소비의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
일상에서 듣는 '알고리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완전 이상해. 나 고양이 영상 한 번 봤다고 계속 고양이만 추천해줘."
"인스타 알고리즘 바뀐 거 맞지? 요즘 내 게시물 도달률이 확 떨어졌어."
이런 대화 한 번쯤 나눠봤을 거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나에게 영상이나 게시물을 골라주는 기능을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엔 작은 오해가 숨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은 사실 '추천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말하는 정확한 의미의 '알고리즘'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밴드'라는 단어가 원래는 끈이나 띠를 뜻하지만, 우리는 음악 그룹을 뜻하는 말로 더 자주 쓰는 것처럼, 말이 퍼지면서 의미가 확장되거나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를 알면, 우리가 매일 쓰는 플랫폼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본래 의미의 '알고리즘'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컴퓨터 과학에서의 '알고리즘'
컴퓨터 과학에서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단계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감이 오지 않는가? 사실 우리는 이미 매일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는 것도, 출근길을 선택하는 것도, 세탁기를 돌리는 것도 모두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9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인 무함마드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그는 대수학을 체계화한 사람인데, 그의 저서가 유럽에 번역되면서 '알콰리즈미의 방법'이 '알고리즘'이 되었다.
즉, 알고리즘은 문제를 푸는 체계적인 방법을 뜻하는 아주 오래된 개념이다.
일상 속 알고리즘 찾기
요리 레시피로 이해하기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생각해보자. 김치찌개 요리 단계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냄비에 물 500ml를 붓는다.
- 김치 200g을 넣는다.
- 돼지고기 100g을 넣는다중불로 10분간 끓인다.
- 두부를 넣고 5분 더 끓인다.
- 완성!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이다.
각 단계가 명확하고, 순서가 정해져 있고, 같은 재료로 같은 순서를 따르면 누가 해도 비슷한 김치찌개가 만들어진다.
다른 예시로 좀 더 살펴보자.
커피 내리기
- 주전자에 물 200ml를 붓는다.
- 물을 끓인다.
- 커피 가루 15g을 드리퍼에 넣는다.
-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붓는다(30초 뜸들이기).
- 나머지 물을 3번에 나눠 붓는다.
- 완성!
이것 역시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이 순서대로 하면 비슷한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물론 커피는 가루의 굵기, 드리퍼의 모양, 물의 양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은 같다는 의미다.
만약 순서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물을 끓이기 전에 커피 가루에 찬물을 부으면? 결과는 엉망이 될 거다. 즉, 알고리즘은 순서가 중요하다.
자판기도 알고리즘
이번에는 자판기를 떠올려보자. 자판기 버튼을 누를 때 내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 돈이 충분한가? → 아니면 '돈을 더 넣어주세요' 표시
- 선택한 물품의 재고가 있는가? → 없으면 '품절' 표시
- 선택한 음료를 배출구로 이동
- 음료 배출
- 거스름돈 계산 (입금액 - 음료값)
- 거스름돈 배출
자판기는 사용자가 누구든, 언제 사용하든 매번 이 과정을 정확히 따른다.
1,500원짜리 콜라가 있다면, 1,500원을 넣고 콜라 버튼을 누르면 반드시 콜라가 나온다. 사이다가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5가지 핵심 특징
좋은 알고리즘은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입력: 0(입력 없음) 또는 그 이상의 외부에서 제공된 자료가 존재한다.
- 출력: 최소 1개 이상의 결과를 가진다.
- 정밀성: 각 단계가 변하지 않는 명확한 작업 단계를 가진다. 알고리즘의 각 단계는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 유한성: 반드시 끝나야 한다.
- 효과성: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즉, 알고리즘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고, 일관적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실 추천 시스템
그렇다면 유튜브가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도 이렇게 간단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상상해보자. 당신과 친구가 나란히 앉아서 유튜브 앱을 켠다. 같은 시각, 같은 앱, 같은 행동인데도 두 사람의 홈 화면은 완전히 다르다.
왜 그럴까? 유튜브가 두 사람이 이전에 무엇을 시청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 시스템이 고려하는 것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수많은 정보를 분석한다.
- 당신이 어떤 영상을 봤는지
- 그 영상을 얼마나 오래 봤는지 (5초 만에 껐는지, 끝까지 봤는지)
- 좋아요를 눌렀는지, 싫어요를 눌렀는지
- 어떤 채널을 구독했는지
- 언제, 어디서 주로 영상을 보는지
- 비슷한 취향의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이 모든 데이터를 복잡한 머신러닝 모델에 넣어서 '이 사람이 다음에 클릭할 만한 영상'을 예측한다. 시청 시간, 클릭률, 재방문율 같은 여러 지표를 바탕으로 사용자 맞춤형 영상을 골라내는 것이다. 같은 사람도 어제와 오늘 추천이 다르며, 시스템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한다. 내부 작동 방식이 블랙박스처럼 복잡하고, 수백 개의 알고리즘과 모델이 조합되어 작동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부르는 것은 단일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거대하고 복잡한 추천 엔진인 셈이다.
추천 시스템의 작동 원리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콘텐츠 기반 필터링: "이 영화 좋아하면 저것도 좋아할 거야"
만약 누군가 SF 영화 3편을 연속으로 봤다고 가정해보자. 시스템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SF를 좋아하는구나. SF 장르의 다른 영화도 추천해주자!"
이것이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다. 사용자가 좋아한 콘텐츠의 특성을 분석해서 비슷한 것을 추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악 스트리밍 앱을 생각해보면, 발라드를 자주 들으면 앱은 다른 발라드 곡을 추천할 것이다. 가수, 장르, 분위기, 템포 같은 특성을 분석해서 "이것도 좋아할 것 같은데?" 하고 제안하는 거다.
협업 필터링: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한 거야"
이번엔 조금 다른 방식이다. 만약 당신과 비슷한 영화 취향을 가진 사람 100명이 있다고 치자. 이 100명 중 80명이 특정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시스템은 당신도 그 영화를 좋아할 거라고 예측한다.
"너랑 비슷한 사람들이 이거 좋아하더라"
이게 협업 필터링이다. 넷플릭스가 드라마를 추천할 때, 전국에서 당신과 비슷한 시청 패턴을 보인 수천 명의 데이터를 참고한다.
"이 사람들 모두 A, B, C 드라마를 좋아했고, 그중 90%가 D 드라마도 봤네? 그럼 이 사람한테도 D를 추천하자!"
마치 취향이 비슷한 친구가 "야, 이거 꼭 봐봐. 너 진짜 좋아할 거야!"라고 추천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A/B 테스트: 끝없는 실험
대형 플랫폼들은 어떤 추천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실험한다.
예를 들어보자.
A그룹 사용자 10만 명에게는 썸네일 중심 레이아웃
B그룹 사용자 10만 명에게는 제목 중심 레이아웃
그리고 어느 쪽의 클릭률이 높은지, 시청 시간이 긴지 비교한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온 쪽을 전체 사용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실험 대상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백 개의 A/B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홈 화면 배치가 어제와 오늘 살짝 다른 것도, 인스타그램 '릴스' 위치가 바뀐 것도 모두 실험의 일부일 수 있다.
결국 하나의 큰 퍼즐
실제 추천 시스템은 이 모든 기법을 조합한다. 당신의 과거 행동(콘텐츠 기반), 비슷한 사람들의 선택(협업), 실시간 실험(A/B 테스트), 현재 트렌드, 시간대, 심지어 기분까지 고려해서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클릭할 만한 것'을 예측한다.
이 복잡한 시스템이 모두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작동해서, 당신이 앱을 열 때마다 새로운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천 시스템의 한계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그렇다면 이렇게 똑똑한 추천 시스템이 완벽할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똑똑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필터 버블: 내 세상에 갇히다
고양이 영상을 좋아해서 몇 편 봤더니, 이제 유튜브를 켜면 온통 고양이 영상만 보인다. 강아지 영상, 새 영상, 다른 재미있는 콘텐츠가 세상에 넘쳐나는데도 영원히 고양이 우주에 갇혀버린다. 이것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더 심각한 예를 들어보자면, 정치 성향이 비슷한 콘텐츠만 계속 보다 보면 다른 관점은 아예 접할 기회가 사라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 피드에는 당신과 비슷한 생각만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마치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갇힌 것처럼 어디를 봐도 자기 얼굴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쪽으로만 사고하게 되고, 다른 의견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아주 먼 이야기가 된다.
데이터 편향: 과거가 미래를 결정한다
추천 시스템은 과거 데이터로 학습한다. 문제는 그 과거 데이터에 편견이 담겨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기업의 AI 채용 시스템이 여성 지원자를 불리하게 평가하는 일이 있었다. 과거 채용 데이터에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뽑혔기 때문에, AI는 '남성=좋은 지원자'라고 학습한 것이다.
추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편견이 그대로 미래의 추천에 반영될 수 있다.
불투명성: 왜 이걸 추천했는지 모른다
"왜 나한테 이 영상을 추천한 거야?"
유튜브에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듣기 어렵다. 추천 시스템의 내부 작동 방식은 기업 비밀이기도 하고, 너무 복잡해서 개발자들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불투명성은 불안을 낳는다. "내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 거지?" "이게 공정한 거 맞아?"
알고리즘 리터러시: 이해하는 것이 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고리즘 리터러시, 즉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치 교통 신호를 아는 것이 안전한 보행에 필수이듯, 추천 시스템의 원리를 아는 것이 건강한 정보 소비에 필수다.
- 내가 보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의 선택임을 인식하기
- 가끔은 의도적으로 다른 주제를 검색해보기
- 추천 피드 밖에서 정보를 찾아보기
- 플랫폼의 설정을 조절해 추천 방식 바꿔보기
내 시간과 관심을 알고리즘에게만 맡기지 말고, 나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건강한 콘텐츠 소비를 할 수 있다.
마치며: 직접 선택 방식의 가치 (RSS)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럼 알고리즘 추천 없이 정보를 받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바로 뉴스레터 구독이나,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같은 직접 구독 방식이다.
플랫폼이 "이게 더 좋을 것 같아"라고 끼어들지 않으며, 내가 선별한 콘텐츠만 구독하여 보는 것이다.
마치 신문 배달처럼, 신청한 콘텐츠가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이면 어떤 기사를 먼저 읽을지, 어떤 기사를 건너뛸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추천 알고리즘은 편리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걸 알아서 골라주니까 검색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정보가 나를 찾아오는 것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찾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직접 뉴스레터를 찾아서 구독하거나, RSS를 통해 구독하는 것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보 소비에 능동적이게 되고, 정보 소비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게 된다.
기술을 이해하고, 선택하기
결론적으로, '알고리즘'이라는 말 하나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말하는 알고리즘은 복잡한 추천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은 편리함과 위험을 동시에 품고 있다.
중요한 건 이해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정보가 어떻게 선택되는지 알면, 더 현명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알고리즘 밖으로 나가서, RSS처럼 내가 직접 정보를 선택하는 방식도 병행하면 좋다.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현명해지는 건 아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신의 피드를 누가 통제하고 있는가? 알고리즘인가,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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